어머니 산소/멧돼지가...!!!!
구미 사촌동생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이 날아들었습니다.
16년 동안 별 문제 없었던 어머니 산소...우리도 멧돼지들의 횡포를 비껴가지는 못 하였어요.
이 일을.....!!!
가슴이 꽉 막혔습니다.
지난 6월 손주 데리고 칠곡생태공원까지 갔다가 산소에 들러보려 했지만 사위의 염려 담긴 말이 걸려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요.
멧돼지들이 출현하는 곳인데 애랑 여자 둘이서 위험하지 않겠냐...해서요.
만의 하나일지라도 조심하는 게 낫지 싶어 되돌아오면서도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토요일.
‘일찍 서둘러서 산소 돌보고 바로 돌아와야 해. 안 그럼 피서객들과 뒤섞여 길바닥에 퍼질 수도 있을 거니까.’
아침식사는 근처 칠곡생태공원에서 챙겨간 도시락으로 해결했어요.
공원 주차장에 내려서자마자 바로 눈에 띄었던 놀이터.
녀석의 두 발은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팽팽 돌아가는 바퀴가 되어있었습니다.^^
식사 후 자리 청소 중인 올케
산소 오르는 길, 작은 저수지에 고등학교 건물이 퐁당 빠져있습니다.
여치를 손에 쥐고 한참을 관찰 중이심
멧돼지들이 갈아엎어 놓은 어머니 산소입니다. 직접 목격한 상황은 우리를 더 당황스럽게 했어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죠.
매일 34도를 웃도는 올 여름 날씨, 그 볕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은 목줄기를 타고 끝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작은아버지 산소까지 봉분은 2개지만 주변이 워낙 넓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어요. 3시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산소는 겨우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비가 한 번 오고나면 잔디도 살아나겠지요.
땀에 있어 거의 홍수 수준인 동생은 초반부터 완전 초주검이 되었습니다.ㅠㅠ;;
우리, 작은집 동생 둘....세월에 장사 없다고, 해가 다르게 모두들 너무 힘들어 했어요.
그나마 산소 옆에서 굳세게 버티고 있는 16년생 동백나무가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해 줘서.....
인터넷에 돌고 있는 멧돼지 퇴치법이랍니다.
비닐봉투에 구멍을 낸 후 나프탈렌을 넣고 주변 2,3m 간격으로 살짝 묻어 봤어요.
4계절 한결같은 욘석.
오늘 같은 날씨에도 호미 들고 지휘하시며 호올로 평정을 잃지 않으시더이다.^^;;
고집스런 정성도 좋지만 이러다 초로의 늙은이들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ㅠㅠ;;
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부터는 벌초할 때 꼭 인부 데리고 하자.’
그렇게 결정해버렸습니다.
작은집 마당 텃밭에 녀석이 ‘응가’를 했어요.^^;;
빌미 삼을 증거 한 컷 남기려했더니 다급히 손 올려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출발하기 전 큰아부지께 인사드리고 나선 골목길, 늙은 수세미 한 개가 담벼락 위에 버려진 듯 걸려 있더군요.
그 풍경이 왤케 짠해 보였했던지.....
이제 벌초 때나 들르게 되겠지요.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엄마, 한 달 후에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