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적사 가는 길
5월 30일(일)
지난 5월 15일, 우연히 접한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무작정 그 ‘안적사’가 있다는 앵림산으로 들어섰다가 거세지는 빗발을 뚫지 못하고 초입에서 되돌아 나왔다.
근 시일 내에 한 번 다녀온다는 것이 이후에도 계속된 날씨의 변덕으로 차일피일 미뤄 오다 날 좋아 보이는 오늘 다시 배낭을 짊어졌다.
뚠뚠한 분 출입 제한?^^;;
보통 체격의 성인 정도라야 겨우 출입 가능할 것 같은 등산로 입구.
8시 55분 출발, 99번과 189번으로 환승하여 앵림산이 시작되는 반송 남흥아파트까지 1시간 10분, 중간에 체육공원 들러 어깨 운동했던 10여 분 제외하면 안적사 입구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중간중간 계속 길이 갈라지는데도 이정표는 시작점과 똑같다?
마침 휴일이라 산으로 들어서는 등산객이 종종 보이기도 하여 그분들 도움 덕에 안적사 표지판이 보이는 곳까지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전망대. 한쪽 방향으로만 트여 있어 아주 초큼만 아쉬웠다.^^
그래도 가슴은 뻐엉!
여기서 해운대, 반송, 기장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안적사 방향은 아래, 위쪽 몇 발 오르면 왼쪽이 해운대, 주욱 가면 정상이다.
♣ 안적사
부산 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내리 692번지에 위치한 사찰로 꽤 느낌이 좋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선조 25년 임진왜란으로 전소한 뒤 몇 차례의 중수를 거쳐 왔다고 한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일화가 유명하며, 이후 두 분이 수행 끝에 안심입명의 경지에 이르면서 번뇌가 사라지고 편안하다는 의미를 담아 사찰 이름이 지어졌다는 내력이 있다.
범어사 말사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구함 속에 남은 것은 민초들의 염원이 스며든 그 ‘터’일 뿐 건물 자체가 가진 의미는 그닥 크지 않다는 개인적인 생각.
다만 3차 중수 때 경허스님이 참가하셨다는 것에 낯설지 않은 흔적을 느껴보았다는 거.
30여 년 전 엄청나게 몰입해서 읽었던 4권짜리 최인호씨 소설 ‘길 없는 길’의 주인공이시다.^^
안적사는 규모가 큰 건축물의 사찰은 아니지만 부처님 진신사리탑과 대웅적 앞 석등, 그리고 대웅전 앞 호석, 종각, 반야문, 원통문, 삼성각, 설현당, 보림원, 안적사 사적비 등 볼거리가 많은 절이다.
대개 어느 절이나 있는 천왕문. 그러나 안적사 천왕문의 입구에는 특이한 모양의 나무가 이 천왕문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사천왕의 표정은 소박하다. 그래서 평안함을 준다. 그 특별한 이유는, 신라시대에 이르러서 사천왕은 무섭지 않은 소박한 표정으로 안착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천왕은 천상계의 첫번째 하늘인 욕계 6천 가운데 제 1천인 사천왕천을 다스리는 왕들을 말한다. 동쪽의 지국천왕, 남쪽의 증장천왕, 서쪽의 광목천왕, 북쪽의 다문천왕을 이른다. 이는 불교에서 상징하는 하늘의 중앙의 수미산, 그 산 중턱에 동, 서, 남 북에 각각 천왕이 있어 그 지역을 관장하는 왕을 이른다. 곧 천왕문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이기에 이 문 밖은 하늘아래 천하가 되고 문안은 하늘 위, 즉 천상이 된다.
또 선(善)은 천왕문을 통과해도, 악은 절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의미도 있다. 각 사천왕들은 발밑에 악귀들을 밟고 있는데 이를 생령좌라고 부른다. 고대 인도에서는 초기에 귀족적인 상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중앙 아시아로 거쳐오는 동안 갑옷을 입은 무장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얼굴 표정도 분노를 띠었는데, 그런 모습은 사천왕들의 무서운 힘은 악을 항복시키고 선을 보호한다는 의미. [오마뉴스 펌]
아시아 최초의 놀이기구도 들어선다는 초대형 테마 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으로 몰려들 인파를 겨냥한듯 한창 경관 조성 중인 안적사 계곡.
테마파크는 올 8월 개장 예정이라고 한다.
에구, 지금도 지옥 수준인 교통체증은 어쩔!
11시 55분 안적사에서 출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모험 삼아 선택한 하산길은 기장 쪽.....아, 멘붕 제대로 먹었다.
내려가면 바로 교통편이 있는 줄.....
이러다 바로 우리 집에 도착하는 거 아닌가 싶었을 만큼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 길, 길....‘길은 길에 연하여 끝이 없으므로....’프로스트의 싯귀가 이거였나 봉가. ㅎ
하여도....
그 길 위의 풍경은 도무지 질리지 않더라는 거.
밭일하시는 어르신 한 분이 구세주 같았다.
혹시 여기 버스는 있나요? 했더니 내동마을을 가르쳐 주셨다.
화살표가 한옥카페 '문'이다.
어디에도 카페 이름은 없다.
다녀와서 찾아 본.....
이 구석진 곳은 우째 알았쓰까. 두어 팀이 좌식상을 앞에 놓고 담화를 나누고 있는, 참한 분위기의 집.
오늘 나의 휴식처가 되어준 평상.
인적이라곤 카페를 찾는 객들이 전부다.
나의 무모함에 혹사당한 다리를 위해....
에라아~~~~드러누웠다.^^
누워서 본 하늘이 너무 쾌청하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눈물이 났다.
세상의 구석구석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혼자 다닐 때 그 끝은 때때로 엄니를 향한다.
시퍼렇게 날 선 면도칼에 가슴이 베인 것 같다.
평생 나들이다운 외출 한 번 못하고 가신 엄니가 대신 이런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여식을 살펴주시나 보다.
집에 갈 수는 있겠구나.^^
‘기장 1번’ 마을버스로 오시리아역까지는 겨우 세 정거장.
사방으로 보이는 게 전부 산이어서 기장 시내까지의 거리는 나름 각오하고 있었구만. ㅎ
‘뜨헉’했던 휴일의 롯데아울렛 주변.
지난번 평일에 내려섰을 때와는 완전 극과 극의 거리 풍경이다.
30분 만에 부전역 도착.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오이 모종과 지지대를 사고, 상치, 깻잎에 삼겹살도...
요올씨미 움직였으니 고기 먹여 줄겜.(체지방 원상복구^^;;)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구부러진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