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구동 연꽃 소류지와 홍법사
7월 12일(월)
인터넷에 널린 소류지 사진들을 보면 비 오는 날의 풍경이 훨씬 운치 있을 것 같았다.
예보된 비를 기대했던 하늘은 오히려 햇볕 쨍쨍, 계속 비 올 거라고 사선 좍좍 그어 놓은 걸 확인했는데 벌써 장마 끝난 거?
기상청 예보 분석관 왈, ‘기후변화로 돌연변이 장마가 잦아 종료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른다는 거네. 물론 며느리도 모르겠지.ㅎ
이대로 장마가 종료되면 1973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가 될 거란다.
아.....와중에 나는 발정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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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워 끝, 9시 5분에 출발했다.
버스와 지하철 환승 텀 포함 노포동까지 1시간, 오전 중에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 2-2번 으로 다시 환승하여 소류지가 있는 '조리(마을)'까지는 15분이다.
'조리'에서 같이 내린 아주머니께 소류지 방향을 여쭙다가 근처의 그분 집까지 가게 된 사연.
소류지 연꽃은 개화 시기가 아니어서 볼 게 없다시며 그보다 자기 집 정원부터 들러 가라 하셨다.^^
10년 전, 아파트 생활을 접고 이곳에 터를 잡으셨다는 아주머니는 4개의 계절을 염두에 두고 가꿔오신 정원을 안내하며 뿌듯해하신다. 당신 보시기에도 예쁜 정원을 사람들에게 마구 보여 주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봄의 정원은 더 화려하다고 자랑 하시며 다시 올 것을 은근 권유까지 하신, 너~무나 인간 친화적인 아주머니......감사합니다.^^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눈 터질 정도로 요기 시켜 주신 아주머니께 허리 꺾어 인사 하고 나와 모퉁이를 돌아서니....
♣ 소류지
하천이 잘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 경작지에 공급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극히 규모가 작은 저수시설로써 평지를 파고 주위에 둑을 쌓아 물을 담아 놓은 형태를 소류지라 한다. -다음백과
그러니까 인위적으로 만든 소규모 농수 저장 시설이란 거다.
1827년에 조성되었다고 하니까 대략 200년, 현대에 와서 농토가 다른 용도로 바뀌고 기능이 축소되자 1995년경 주민들이 연꽃 씨앗을 파종하게 되었고 이후 번식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서 깊은 내력은 소류지 가장자리에 있는 상수리 나무 아래 조정언비를 보면 알 수 있다.
홍법사
소류지에서 짧게 한 정거장 걸으면 '조리 경로당' 역, 왼쪽이 바로 '홍법사'다.
경부선 고속도로에서도 보이는 황금색 거대 불상이 있는 곳, 2002년에 건립된 현대사찰로 조계종 소속이다.
농촌에서는 흔한, 보호수 및 준보호수가 이곳에도 여러 그루 눈에 띈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에는 우리나라 최고령으로 수령이 무려 1,100년 이상이나 된다는 동양 최대의 나무가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다.
우여곡절의 수백 년을 견뎌온 나무들.... 이렇게라도 보호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한 일이다.
조리 경로당 근처 몇 그루의 보호수를 지나다 보면 바로 홍법사 출입문이 나온다.
♣ 홍법사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흉상.
한국과 인도 외교수립 40주년을 기념해 2014년 인도 정부가 기증한 것으로 제막식엔 서병수 부산시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가히 홍법사 파워, 아니 우리나라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힘은 우월하다.
하긴, 종교와 정치는 서로에게 있어 필요불가결한 존재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 수밖에.
간디에겐 계급이 없다. 계급이 없으니 차별이 있을 수도 없고.
그러나 한국의 종교계는 범접할 수 없는 층층시하가 존재한다.
신보다 계급을 가진 인간이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는 게 문제 중의 문제.
우리나라의 3대 종교 세력인 불교, 천주교, 개신교 지도자들도 ‘마하트마’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오체투지의 정신으로 민중에게 다가설 수 있다면.....종교의 의미를 되짚어 보다 이런 웃기는 상상까지 해 봤다.
♣ 노포동 오일장
오늘은 노포동 오시게 2,7장.
원래는 부곡동에서 시작되었으나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노포동으로 옮겨진 걸로 알고 있다.
한 바퀴 돌면서 털복숭아 5천 원어치 담아 왔다.
무맛이었넴.ㅋ
부전시장의 천도복숭아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단맛 쩔드만.^^;;
서면 지하철 환승 중에 ....
보기만 해도 선선한....돋자리 깔고 떼굴랑 하며 여름 한낮을 이곳에서 견디고 싶다.^^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정호승 ‘여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