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봉화마을
12월 6일(화)
11월부터 친구가 기대했던 다솔사 단풍 놀이는 여차저차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을 내지 못한 채 어느덧 12월로 접어들었다.
오래 붙잡고 있던 가게를 접은 뒤 재도약의 청사진을 그려놓고 잠시 휴식 중인 친구에겐 그야말로 귀한 하루하루였을 텐데 내가 그 기회를 놓아 버린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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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낯선 곳에 발 내딛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는 그녀였던지라 굳이 나의 동행을 바랐던 것인데.....
미안한 마음에 얼마 전 ‘기차여행’은 어때? 했고, 그녀의 설렘이 잔뜩 발린 문자가 날아왔다.
‘나 기차여행 너무 좋아.’
기차 타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까마득할 정도라면서.
집 근처 산이긴 해도 그녀의 유일한 취미인 등산까지 고려해 부산 가까운 기차역을 선택했다.
내게는 네 번째 방문인 진영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화산.
부전역, 10시 20분에 출발하는 순천행이다.
혼자 왔을 땐 진영역 하차 후 봉화마을까지 10번 버스를 이용했지만 오늘은 추수 끝난 논두렁길을 걸으면서 정취를 느껴보기로......
봉화마을 들르면서 한 번도 산을 오른 적은 없었다.
아, 이런.....지금까지 부엉이바위로 알고 있었던 바위는 봉수대가 있는 사자바위라는 걸 오늘 알았네.ㅎ
작년 11월 초 즈음 화포천 습지로 가기 위해 봉화마을을 빠져나왔을 땐 볼 수 없었던 까마귀 떼.
봉화마을이 바로 보이는 이곳 정자까지 거의 1시간 소요.
백팩에 챙겨온 걸로 가볍게 허기를 달랬다.
봉수대 오르는 길
'호미 든 관음상'으로 오르는 길
나는 어딜 가나 처음 보이는 낯선 길로 곧잘 들어서는 편이다.
오늘도 봉수대를 내려오면서 호미 든 관음상이 있는 전망대 들러 정토사 잠시 일별한 뒤 완전히 반대편으로 길을 잡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 선택은 또 다른 반가운 풍경을 내어준다.
대중교통을 수단으로 이동할 경우엔 많은 변수가 따른다.
가장 불편한 것은 승차 시간 맞추기가 매우 애매 하다는 거.
봉화마을과 멀어진 낯선 곳으로 하산했던 오늘은 물어물어 진영 시내 방향 버스 승강장을 찾아냈고 겨우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늘 중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라나 싶을 만큼 낯선 시골 마을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는 10번 버스 때문에 둘이서 잠시 키득거리기도 했던.^^;;
4시, 1시간 만에 도착한 터미널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4시 40분 사상터미널행 버스에 올랐다.
나른한 만족감.
‘또 기차 타고 싶다.’
친구의 마음도 같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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